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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함께 백야나라로 떠나는 여행] 나는 지금 러시아로 간다 11 - 붉은 광장에 서다
위클리홍콩  2010/01/14, 13:16:43   


붉은 광장에 서다
붉은 광장이다. 이름이 왜 붉은 광장일까, 러시아어로는 '끄라스나야 쁠로사지'라고 하는데, 끄라스나야에는 아름답다는 뜻 외에 붉은이란 뜻도 있다고 한다. 처음엔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리다가 소련시절 메이데이와 혁명기념일에 붉은 색의 현수막이 국립역사박물관과 굼백화점의 벽에 걸리고, 많은 사람들도 붉은 깃발을 손에 들고 있어 광장이 온통 붉은색이 되었다는 데서 그 명칭이 붉은 광장이 되었단다.

붉은 광장은 전 주에 소개했던 크렘린 궁전과 방부제 처리하여 아직도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유리관에 누워있는 레닌의 묘, 국립역사박물관, 오늘날까지도 러시아 최고급 상품만을 취급하는 굼백화점이 있고, 유명한 동화 속 그림 같은 성 바실리성당 등 전혀 조화가 될 것 같지 않은 각기 다른 성격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테트리스의 배경화면으로도 유명한 바실리성당은 몽고 타타르족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기념하고, 승리를 주관하신 성모님께 바치기 위해 건축되었다. 이 성당은 이반 4세가 러시아 건축가인 브라마와 보스또니끄를 시켜 1555~1560년에 걸쳐 짓게 했고, 러시아 민중에게 잘 알려진 수도사 바실리가 이곳에 기거하다 묻히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한 이반 대제가 그의 이름을 따 성 바실리 사원으로 이름을 개칭했다고 한다.

포악한 황제로도 이름이 높았던 이반 대제는 성당이 완성되자 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더이상 이와 같은 건축물을 다른 나라에 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사원을 설계한 건축가의 눈을 뽑아버렸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바실리 성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표를 끊으려던 제니퍼는 바꿔놓은 돈도 없고, 입장료도 너무 비싸다면서 나만 들어가라고 한다. 아무래도 러시아 인형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다. 지갑에 있던 유로화를 주며, 이걸 러시아 돈으로 바꿔 굼백화점에 들어가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있으라고 한 후 성당 안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감상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30여 분 후에 나왔다. 제니퍼에게 전화를 건다. 100미터 밖 어디매쯤 있을 텐데도 우린 그 비싼 돈을 들여 로밍폰으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제니퍼, 바로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언냐, 무신 이런 일이 다 있나? 언니가 준 100유로, 그기 뭐이가 이상타고 안받는다 아이가. 내가 지금 백화점에 들어와서 생쑈를 하고있다 언냐, 빨리온나. 전화로는 비싸니까 만나서 얘기하자."

홍콩을 떠날 때, 홍콩은행에서 받은 돈이 이상할리 없는데, 얘네들은 지들 맘에 내키지 않으면 그마저도 안 받는 듯하다.

최고급 명품만 취급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굼백화점에 웬 한국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 손에 쇼핑백이 몇 개씩 들려있고, 백화점 밖에서는 경상도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가 사투리를 쎄게 써가며 말다툼을 하고 있다. 아줌마가 아저씨를 향해 "그깟거 하나 못사줌서 무에 그리 할 말이 많냐"며 타박을 하고, 담배를 뻑뻑피며 하늘만 올려다 보던 아저씨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훽 던지고는 "고마 해라. 시끄럽다 아이가"라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광장으로 들어왔던 부활의 문으로 다시 나선다. 문 밖에서 한 남자가 어깨 위에 독수리 한 마리와 가방 위에는 원숭이 두 마리를 얹고 동물들의 재롱을 보여준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동전을 한 닢씩 떨어뜨린다. 독수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것도 참 신기하다. 순순히 길들여져 끈 하나에 묶여있는 독수리의 눈과 부리에서는 여전히 쎈 기와 사나움이 뿜어져 나온다. 독수리를 보며 문득 반세기 동안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미국과 대치하며 냉전체제를 유지하던 소련이 지금은 서방세계의 문물과 경제력에 무릎을 꿇고 있지만, 그들의 차갑고 무뚝뚝한 눈빛에서 독수리의 사나움과 난폭함이 느껴진다.

해가 저물어 호텔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으로 들어가 파스타와 피자, 뜨끈한 러시안 스프에 보드카 한잔을 시켜 먹는다. 아, 드디어 내일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무사히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 진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일어났던 그 험하고 험했던 일들을 보드카 한 잔에 툭툭 털어 넣고 쭉 들이킨다. 모스크바가, 러시아가, 세상이 갑자기 팽그르르 돈다. 지구가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게 분명하다.

/ 계속...

* 대한항공은 인천과 모스크바를 주3회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로사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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